교육정보
유아특수교육과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을 통한 우리 아이 교육법
- 등록자명 유아특수교육과
- 등록일시 2022-03-14 09:25:55
- 등록자명 유아특수교육과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을 통한 우리 아이 교육법>
김 경 철(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한국유아교육학회장)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하여 평범하고 안온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고, 사람들이 밀집하는 관광지가 폐쇄되고 대규모 집회 및 행사가 전면 취소되기도 한다. 또한,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피치 못하게 외출하는 경우 항상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인간이 질병으로 인하여 활동을 멈추자 오히려 지구가 깨끗해지고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여러 방송과 신문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전 세계의 하늘과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깨끗해졌으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하가 맑아져 헤엄치는 물고기와 돌고래가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관광객의 출입이 통제된 인도와 브라질의 해변에서는 멸종 위기인 거북들이 돌아와 대규모의 산란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역설적으로 인간이 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지구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인간의 삶이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자원 고갈, 멸종 위기 생태계 등등의 문제들로 인해,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지구가, 그리고 우리 인류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며 지구와 인간이 함께 건강하게 어울려 잘 살아가기 위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강조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자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영역이 유기적이며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환경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영역을 전부 아우른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당장 오늘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할 만큼 생활이 어렵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지구 환경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돌아볼 여유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현세대가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다음 세대도 아름다운 지구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와 지구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 가능한 발전은 범국가적인 논의와 협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한 개인이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변화시켜 행동으로 실천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나가야 실현될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부터’라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제 행동으로 실천해 나갈 때 우리 사회와 지구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변화는 결국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기에 ‘모든 사람이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와 사회 변혁을 위해 필요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출처: 유네스코)인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 ESD)이 대두되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한 사람의 가치관과 태도, 행동 양식이나 습관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가 바로 유아기이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지구와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올바른 가치와 태도를 형성하고,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은 바로 유아교육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유아 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유아기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강조하며 우리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먼저 유아에게 지속 가능한 사회와 삶을 지향하는 가치를 심어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하게 지식을 습득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아가 이 지구라는 공간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면서 사랑에 빠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유아는 성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체험한다. 메를로-퐁티가 이야기한 것처럼 유아는 모든 감각으로 공간을 받아들이며, 온몸으로 부딪히며 공간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 장소와 사귄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그 공간에 오래 머물면서 그 속의 대상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과정 안에서 유아는 공간을 소중한 친구로 여기게 된다.
예전에 있었던 유치원에서 숲으로 놀이를 나갈 때마다 작은 곤충들을 보면 무조건 발로 밟아 죽이는 한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이 작은 곤충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는 비 온 뒤 영롱하게 빛나는 거미줄에 쉬고 있던 무당거미의 멋진 자태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이후 숲에서 놀이하는 시간 동안 거미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놀이 친구가 되었다. 숲에서의 놀이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아이는 곤충을 발로 밟아 죽이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된 것을 넘어서서 등산용 막대기를 가지고 숲을 지나다니는 어른들에게 “그거로 바닥 콩콩할 때 조심하세요. 밑에 곤충이 있나 없나 잘 보고 가셔야 해요.”라고 안내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유아가 지구를 나의 소중한 친구, 나와 함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내가 지켜줘야 할 친구로 여기도록 하려면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유아가 온몸으로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 놀이 시간 동안 유아는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숲과 들과 바다와 같은 자연을 느끼고, 그 안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교감하며 나만의 경험과 기억으로 가득 찬 나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의미화시키게 된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에 이름을 붙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관계를 맺어 이 소중한 친구를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내 편리함과 안락함을 양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유아가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우리의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반인권적이고 비합리적인 일에 대항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하는 노력 한 땀 한 땀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유아가 너무 어려서 사회 문제에 관심도 없고 참여할 수도 없다고 오해하여, 이러한 노력에 유아를 배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아 또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배하는 문제를 알 수 있으며, 그 해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유아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유치원 주변을 산책하며 보이는 쓰레기 산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망가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동생들이 놀다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관련 기관에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유치원에서 이루어진 ‘황새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 친구의 멋진 황새 그림으로 인해 황새에 관심을 가진 유아들은 황새를 직접 보기 위해 유치원 가까이에 있던 황새 복원 센터를 방문하였다. 유아들은 그곳에서 황새를 위해 일하고 있는 황새 박사님으로부터 환경오염으로 인해 황새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후 유아들은 자꾸만 사라지고 있는 황새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안들을 함께 논의하였고, 이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을 선생님, 아이들이 모두 힘을 모아 만들어서 온라인에 공유하였다. (이 동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생활 속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알려주고 적극적ㆍ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계속 제공해준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주인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의 변화를 활발하게 이끄는 진정한 주역이자 기여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유아가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몸으로 기억해 실생활에서 책임 있게 실천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삶 속에서 행동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넘어져 울고 있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간식을 먹고 난 후 나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놀이터에서 놀이하면서 만난 개미 한 마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작아진 옷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동생에게 선물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유아의 지속 가능한 행동과 실천은 유아 교육기관에서의 교육과 함께 가정에서의 노력이 함께 발맞추어 가야 유아의 삶 속에서 습관으로 자리 잡힐 수 있다. 여기에는 가정에서의 꾸준한 실천과 함께 부모와 어른의 올바른 본보기가 포함된다. 오늘 아이의 손을 잡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계획이 있는가?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장바구니를 챙기도록 이야기해보자. 장바구니 속에 식재료를 담아 올 텀블러와 빈 통을 챙겨 넣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또는 아이의 작아진 옷과 이제는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아이와 함께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정리한 것을 아이의 손을 잡고 기부해보자. 나에게 쓸모없어진 것이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난다는 말처럼 부모가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며 실천하는 모습들을 삶에서 보여준다면 어느 순간 그 행동을 똑같이 하는 아이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핵과학자회(BAS)는 핵 위협과 지구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까지 100초를 남겨두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를 걱정하면서 다른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주기를, 행동해주기를 바라고만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 자, 지금 당장 아이의 손을 잡고 자연 속으로 나가 온몸으로 지구를 느끼게 해주자. 지금 당장 아이와 눈을 맞추고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상의하고 고민해보자. 지금 당장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보자. 우리에겐 아직 100초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출처: i누리
김 경 철(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한국유아교육학회장)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하여 평범하고 안온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고, 사람들이 밀집하는 관광지가 폐쇄되고 대규모 집회 및 행사가 전면 취소되기도 한다. 또한,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피치 못하게 외출하는 경우 항상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인간이 질병으로 인하여 활동을 멈추자 오히려 지구가 깨끗해지고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여러 방송과 신문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전 세계의 하늘과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깨끗해졌으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하가 맑아져 헤엄치는 물고기와 돌고래가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관광객의 출입이 통제된 인도와 브라질의 해변에서는 멸종 위기인 거북들이 돌아와 대규모의 산란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역설적으로 인간이 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동안 지구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인간의 삶이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자원 고갈, 멸종 위기 생태계 등등의 문제들로 인해,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지구가, 그리고 우리 인류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며 지구와 인간이 함께 건강하게 어울려 잘 살아가기 위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강조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요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자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영역이 유기적이며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환경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영역을 전부 아우른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당장 오늘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할 만큼 생활이 어렵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지구 환경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돌아볼 여유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현세대가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다음 세대도 아름다운 지구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와 지구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 가능한 발전은 범국가적인 논의와 협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한 개인이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변화시켜 행동으로 실천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나가야 실현될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부터’라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제 행동으로 실천해 나갈 때 우리 사회와 지구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변화는 결국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기에 ‘모든 사람이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와 사회 변혁을 위해 필요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출처: 유네스코)인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 ESD)이 대두되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한 사람의 가치관과 태도, 행동 양식이나 습관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가 바로 유아기이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지구와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올바른 가치와 태도를 형성하고,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은 바로 유아교육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유아 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유아기 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강조하며 우리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먼저 유아에게 지속 가능한 사회와 삶을 지향하는 가치를 심어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하게 지식을 습득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아가 이 지구라는 공간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면서 사랑에 빠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유아는 성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체험한다. 메를로-퐁티가 이야기한 것처럼 유아는 모든 감각으로 공간을 받아들이며, 온몸으로 부딪히며 공간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 장소와 사귄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그 공간에 오래 머물면서 그 속의 대상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과정 안에서 유아는 공간을 소중한 친구로 여기게 된다.
예전에 있었던 유치원에서 숲으로 놀이를 나갈 때마다 작은 곤충들을 보면 무조건 발로 밟아 죽이는 한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이 작은 곤충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는 비 온 뒤 영롱하게 빛나는 거미줄에 쉬고 있던 무당거미의 멋진 자태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이후 숲에서 놀이하는 시간 동안 거미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놀이 친구가 되었다. 숲에서의 놀이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아이는 곤충을 발로 밟아 죽이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된 것을 넘어서서 등산용 막대기를 가지고 숲을 지나다니는 어른들에게 “그거로 바닥 콩콩할 때 조심하세요. 밑에 곤충이 있나 없나 잘 보고 가셔야 해요.”라고 안내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유아가 지구를 나의 소중한 친구, 나와 함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내가 지켜줘야 할 친구로 여기도록 하려면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유아가 온몸으로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 놀이 시간 동안 유아는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숲과 들과 바다와 같은 자연을 느끼고, 그 안의 다양한 생명체들과 교감하며 나만의 경험과 기억으로 가득 찬 나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의미화시키게 된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에 이름을 붙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관계를 맺어 이 소중한 친구를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내 편리함과 안락함을 양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유아가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우리의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반인권적이고 비합리적인 일에 대항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하는 노력 한 땀 한 땀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유아가 너무 어려서 사회 문제에 관심도 없고 참여할 수도 없다고 오해하여, 이러한 노력에 유아를 배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아 또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배하는 문제를 알 수 있으며, 그 해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유아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유치원 주변을 산책하며 보이는 쓰레기 산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망가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동생들이 놀다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관련 기관에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유치원에서 이루어진 ‘황새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 친구의 멋진 황새 그림으로 인해 황새에 관심을 가진 유아들은 황새를 직접 보기 위해 유치원 가까이에 있던 황새 복원 센터를 방문하였다. 유아들은 그곳에서 황새를 위해 일하고 있는 황새 박사님으로부터 환경오염으로 인해 황새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후 유아들은 자꾸만 사라지고 있는 황새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방안들을 함께 논의하였고, 이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을 선생님, 아이들이 모두 힘을 모아 만들어서 온라인에 공유하였다. (이 동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생활 속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알려주고 적극적ㆍ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계속 제공해준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주인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의 변화를 활발하게 이끄는 진정한 주역이자 기여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유아가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몸으로 기억해 실생활에서 책임 있게 실천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삶 속에서 행동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넘어져 울고 있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간식을 먹고 난 후 나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놀이터에서 놀이하면서 만난 개미 한 마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작아진 옷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동생에게 선물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유아의 지속 가능한 행동과 실천은 유아 교육기관에서의 교육과 함께 가정에서의 노력이 함께 발맞추어 가야 유아의 삶 속에서 습관으로 자리 잡힐 수 있다. 여기에는 가정에서의 꾸준한 실천과 함께 부모와 어른의 올바른 본보기가 포함된다. 오늘 아이의 손을 잡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계획이 있는가?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장바구니를 챙기도록 이야기해보자. 장바구니 속에 식재료를 담아 올 텀블러와 빈 통을 챙겨 넣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또는 아이의 작아진 옷과 이제는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아이와 함께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정리한 것을 아이의 손을 잡고 기부해보자. 나에게 쓸모없어진 것이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라난다는 말처럼 부모가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며 실천하는 모습들을 삶에서 보여준다면 어느 순간 그 행동을 똑같이 하는 아이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핵과학자회(BAS)는 핵 위협과 지구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까지 100초를 남겨두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를 걱정하면서 다른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주기를, 행동해주기를 바라고만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 자, 지금 당장 아이의 손을 잡고 자연 속으로 나가 온몸으로 지구를 느끼게 해주자. 지금 당장 아이와 눈을 맞추고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상의하고 고민해보자. 지금 당장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보자. 우리에겐 아직 100초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출처: i누리